JYP는 비닐바지를 입고, 초딩들은 각종 빵에 미쳐있던 199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화폐에 얽힌 도시전설말이죠.
화폐 디자인을 잘 살펴보면,
한 여자아이가 토막살인 당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소문이 돌았거든요.
여기에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총재의 딸이 희생당했다!
아니다, 화폐디자이너의 딸이 죽은거다!
아니다!! 조폐공사사장의 딸이다!
등등 별의 별 얘기가 많았는데요.
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집니다.
무당이 딸의 원한을 달래주기 위해 시켰다는 썰로 말이죠.
그리고 화폐에 숨겨진 비밀을 모두 찾으면...
그 날 밤, 12시에 김민지가 찾아간다.
라는 결말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옛날에, 김사장이라는 한국 조폐공사 높으신 분에게는 초등학생 딸이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김민지였다.
어느 날 김사장이 해외출장을 나간 사이,
납치범들이 민지를 잡아간 다음,
돈을 달라고 하는 일이 일어났다.
딸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들은 김사장은 많이 당황했지만,
애석하게도 일이 바빠서 빨리 돌아올 수 없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김사장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딸은 이미 토막살해 당한뒤라 시신을 찾을 수 없었고,
범인들을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끝이 났다.
그 뒤로 김사장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는데,
딸이 꿈 속에서 나타났다.
‘아빠, 이번에 새로 찍어내는 화폐에 제 죽음에 대한 내용을 숨겨 놓으면 제 시체와 범인을 찾을 수 있어요.’
꿈에서 깬 김사장은 딸의 말 대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화폐 도안 이곳저곳에 딸의 이름과 몸토막을 그려 넣게 했다.
이 모든 건 죽은 딸의 유해를 찾기 위해서였다.
먼저, 10원짜리의 탑 부근을 보면 구조물이
한글로 ‘김’자 처럼 보이는 걸 볼 수 있다.
50원 짜리의 경우,
김민지는 낫으로 몸이 잘려 죽었는데,
여기에 그 흉기로 사용된 낫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왼쪽 첫번째 이삭의 낱알 수 9개가 민지가 죽은 나이이며,
이 모든 낱알 수를 합치면 민지가 토막난 수라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만 들어보면 꽤나 그럴듯 한 얘기죠?
하지만, 이건 정말 잘 짜여진 우연일 뿐입니다.
10원 짜리에 그려진 다보탑에는 실제로 ‘김’과 비슷한 모양이 존재하는데요.
다보탑이 생긴건 1300년전인데,
그게 김민지의 죽음과 상관있을 가능성은 없다시피 합니다.
동전은 고증을 제대로 지켰을 뿐인데,
이게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지다보니 오해가 생긴거죠.
50원 짜리에는 앞서 말한 낫과 낱알을 제외하고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낱알수의 의미가 범인의 나이라고 하는 거라던가,
아니면 민지 엄마의 눈물이라서 해마다 한알 씩 늘어난다는 등등,
유독 50원짜리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죠.
이게 몇십년 전 이야기인걸 생각하면 2022년인 지금에 와서는
낱알이 그득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다른 화폐들도 마저 살펴볼까요?
100원짜리의 이순신 장군을 근데 이걸 거꾸로 돌리면,
수염 자리에 고통스러워 하는 민지의 얼굴이 보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위에는 다름아닌 민지의 머리카락인 셈이죠.
그리고 500원짜리 학 다리 부분은 사실 민지의 팔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이 두개가 가장 말도 안되는 뇌피셜들인데요.
애초에 아이가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을 동전에 담아 기억하고 싶을 부모도 없거니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이게 고통스러워 하는 얼굴이다?
라는건 오히려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모욕 수준이죠.
500원 짜리 동전은 뭐, 할말이 없죠...?
학 다리는 원래 이렇게 생겼으니까요.
이제는 지폐입니다. 천원짜리 구권을 보시면,
민지의 ‘MIN(엠아이엔)’이 써져 있죠.
그리고 오천원에는 문과 벽 쪽의 비석이 있는데요.
이건 민지의 죽음을 기리는 비석이고, 이 한자가 김민지의 ‘지’
라는 얘기가 있습니다.실제로 천원 권을 보면, MIN(엠아이엔)이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 기호는 민지의 MIN(엠아이엔)이 아니입니다.
이 지폐의 요판을 디자인한 분의 성함이 ‘민병휘’. 즉 그 분의 성을 딴 스펠링인거죠 .
오천원 짜리의 배경이 되는 오죽헌에는 실제로도 그림 속 비석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런데 도시전설 상으로는 그 한자는 ‘알 지( 知)’자 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 비석에 써져 있는 글자는 강 강(江), 언덕 릉(陵).
즉, 오죽헌이 있는 강릉시의 이름이 적혀 있을 뿐이죠.
이제 지폐들은 모두 신권으로 바뀌었습니다.
지폐 속에 숨겨진 비밀들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유명했던 이 일화는
화폐 디자인이 한번 바뀐 뒤로 사라져 가는 이야기입니다.
천원권이 보라색이었다는걸 아예 모르는 세대가 나타났으니, 당연한 일이죠.
물론 신권도 이런 도시전설의 생기는 걸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만원짜리 구권의 세종대왕 오른팔에 있던 민지 다리가
신권에서는 그 부분만 교묘하게 지워졌다는 얘기도 있고,
천원권을 앞에 두고 절실하게 빌면 퇴계 이황선생님이 나온다든지,
마당을 청소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든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새롭게 퍼져 나갔죠.
토막살인으로 죽은 한 아이의 이야기에 비하면 많이 순해지긴 했네요.
그렇다면 토막살인은 진짜였을까요?
당연히 꾸며진 이야기였습니다.
애초에 조폐공사 사장이나 이에 관련된 사람의 딸이
토막살인을 당해 범인도 못 잡았다고 하면,
전국적으로 떠들썩한 뉴스가 되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죠.
다만, 당시에는 이 이야기가 퍼지는 걸 걷잡을 수 없었기에
조폐공사는,
“조폐공사 사장 딸이 유괴나 납치된 사건은 없으며 이는 유언비어다”
라고 해명할 정도였습니다.
이 이야기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게다가 역대 김씨 성을 가진 조폐 공사 사장은 단 1명이었습니다.
게다가 딸없이 아들만 둘인 사람이었죠.
이제 세월이 많이 지나 사람들을 민지를 그저 추억으로 대합니다.
이제는 민지라고 하면 민지와쪄염 뿌우~ 를 더 기억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죠.
지폐에 담긴 도시전설에 대한 사례는 외국에도 많습니다.
1달러 지폐 뒷면에 그려진 피라미드와 ‘IN GOD WE TRUST’라는 문구는
프리메이슨의 상징이다, 라는게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죠.
화폐라는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고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쉽게 퍼지는건 당연한 것 같죠?
'도시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간 마스크 - 일본과 한국을 공포에 떨게 한 도시 [09] (0) | 2022.03.21 |
---|---|
위자보드 - 절대로 따라하면 안되는 서양판 분신사바의 정체는? [08] (0) | 2022.03.21 |
붉은 글씨 미신 - 붉은 색으로 이름을 쓰면 안되는 이유 [07] (0) | 2022.03.21 |
황병기 미궁 - 계속 들으면 목숨을 잃는 노래가 있다?! [03] (1) | 2022.03.18 |
블러디 메리 - 밤 12시에 거울 갖고 장난치면 안되는 이유 [01] (0) | 2022.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