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혹시 가장 궁금한게 뭔가요?
얼마나 돈을 많이 벌지?
아니면 어떤 집에서 살게 될지?
그래도 역시 제일 궁금한건 배우자가 누구인지 아닐까?
이 호기심에 관해서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밤 12시에 세면대나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 둔 뒤,
입에 칼을 물고 있으면 미래의 배우자가 비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때 실수로 물고 있던 칼을 물에 빠트리면 비쳐 있던 사람에게 흉터가 남는고도 하죠.
왠지 이 얘기 어디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크흠… 왠지 나이 인증을 한 것 같긴 한데…
여튼, 이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얘기고, 서양에서는 좀 비슷하면서 다른 얘기가 있습니다.
젊은 여성이 늦은 밤, 어두운 집에서 촛불과 손거울을 들고 계단을 뒤로 거꾸로 올라가면
거울에서 미래의 배우자가 보인다는거죠.
이 외에도 할로윈데이 밤, 거울 양 옆에 촛불을 켜두고
머리를 빗으면서 사과를 베어 먹으면 거울 속에서 미래의 배우자가 보인다는 얘기도 있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의 원조는 따로 있습니다.
유럽에서 건너 온 전설이자, 어쩌면 우리에게는 칵테일 이름으로 좀 더 유명한...
블러디 메리입니다.
앞서 얘기한 방법들은 솔직히 말해서 모두 귀찮고 복잡한 방법을 갖고 있지만,
블러디 메리를 부르는 교령술은 원조답게 엄청 심플합니다.
밤 12시 이후에 혼자 방이나 화장실에 들어가 불을 다 끄고 눈을 감은 채...
블러디 메리, 블러디 메리, 블러디 메리…
하고 3번 말하면 되거든요.
그럼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귀신이 거울에 보인다는거죠.
그럼 메리는 마치 타로카페의 직원처럼 고민들을 상담해주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운세나 미래, 배우자... 무엇이든 답변해주는건데...
미지의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아무런 조건 없이 미래를 상담해준다...?
뭔가 함정이 있을 것만 같죠?
블러디 메리 전설에는 여러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이 전설의 특징은, 그녀를 불러내는 방법은 많은데
일정한 설화나 결말이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데요.
그녀가 순수하게 미래를 상담해주려 나타나는 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뿐,
안 좋은 결말도 꽤나 많습니다.
눈을 떴더니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 할퀸다든지,
두 눈을 파 간다든지, 미치게 한다든지,
거울 속으로 끌고 간다든지 등의 이야기들도 있거든요.
즉, 블러디 메리를 불렀을 때 상황 자체가 복불복이라는겁니다.
만일 그녀의 이름을 세번 부르고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다면,
마음을 놓고 제한 시간인 12시 8분까지 미래상담 컨설팅을 하면 되지만...
혹여 칼 같은 흉기를 들고 있다면 공포 영화 속 주인공처럼 도망가야하죠.
혹시나 너가 그녀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면 꼭 기억해둬야합니다.
‘블러디 메리, 내가 네 아기를 죽였어.’
라고 스무번 외쳐야 하는 걸요.
이 말은 얼핏 듣기에는 오히려 그녀의 화를 돋구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블러디 메리의 수많은 기원 중 하나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 탈출 방법은 일본에서 건너온 변형 이야기에서 나온건데요.
이쪽 동네에서는 기원이 좀 변형되어 있거든요.
입소문으로 알려진 괴담이 다 그렇긴 하지만요.
일본에서의 블러디 메리는 혼자서 아기를 키우는 어린 미혼모인데...
어느 날 갑자기 아기가 사라져 버렸고, 그리고 아기를 다시 찾았을 때는
집과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토막난 채 발견되었다는겁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메리는 자살하게 되고, 그 원혼이 구천에 남아서
아기를 죽인 정체불명의 살인마를 찾아 헤메고 있다는거죠.
그래서 메리는 자신을 불러낸 사람이 범인인 줄 알고 공격하려는겁니다.
범행을 인정하면 그 자리에서 원한이 풀리면서 사라지는거죠.
이렇게 보면 안타까운 이야기가 따로 없달까요?
그럼, 블러디 메리의 진실을 좀 파헤쳐 볼까요?
이름 자체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1516년에 태어나 1558년에 죽은 메리 1세에 다다르게 되는데요.
헨리 8세와 아라곤의 캐서린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며,
잉글랜드 왕국의 여왕 메리 1세.
그녀는 재위 기간 동안 가톨릭 복고정책으로 개신교와 성공회를 탄압하고
이단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많은 신교도들을 처형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녀는 후세에 피의 메리.... 즉, 블러디 메리라고 불리게 된거죠.
이렇게 보면 우리가 아는 얘기랑 이 기원이 되는 인물은 전혀 이어지지 않는걸 알수있죠?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름만 이렇게 사용되었을 뿐인겁니다.
진짜 이 전설의 시초는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할로윈 놀이의 일환인데요.
할로윈 데이 당일날, 어두운 곳에서 거울을 바라보면,
미래 배우자 모습이 보인다는게 발전해서 지금의 블러디 메리가 된거죠.
그렇다 보니 블러디 본즈, 헬 메리, 메리 월쓰, 메리 월딩턴, 메리 제인 등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존재를 불러내는 주문도 다 다른데요.
어디서는 ‘나는 메리 월쓰를 믿습니다.’ 라고 해야한다든지,
‘케이시 나와라!’ 라고 외치기도 해야한다든지,
블러디 메리의 이름을 13번 불러야 나타난다든지,
심지어 어떤 동네에서는 얼굴이 나타날 때 까지 블러디 메리를 계속 불러야 한다고도 하죠.
음… 근데 이 방법은 좀… 누군가를 괴롭히려고 나온게 아닌가 싶은…?
뭐 어쨌든, 워낙 광범위하게 퍼진 도시전설이다 보니, 이걸 연구한 사람도 당연히 있습니다.
1978년, 민속학자인 재닛 랭글로이스는 이 전설에 흥미를 갖고 한 가톨릭 여학교를 방문했죠.
그리고 학생들을 인터뷰했었는데, 당시 도시 근교 가옥들의 욕실 거울은 큰게 유행이었고,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낮 동안에도 쉽게 어두워진게 이 전설의 기원이 되었던겁니다.
이렇게 들으니 뭔가 맥이 빠지면서도, 도시전설이라는게 어떤 계기로 생기는지 이해되기도 한달까요?
어쩌면 전설보다는 괴담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모든 전설은 이렇게 길이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법.
블러디 메리 전설은 옛세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이들의 담력시험으로 계속 쓰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법도 나날이 달라지고 있죠.
아마 앞으로도 이 놀이는 영원할지 모릅니다.
다른건 몰라도 방법이 매우 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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