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참 많은 미신이 있죠?
선풍기를 얼굴 앞에 틀고 자면 죽는다든지,
수능 보는 날에는 미역국을 먹으면 안된다든지,
숫자 4는 불길해서 아파트 층수로도 못 쓴다든지 말이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미신은
학교, 집, 혹은 어른들을 통해서 한번 쯤 들어보셨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빨간 글씨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얘기 말이죠.
대게 무심코 쥔 빨간색 펜으로 이름을 쓸 때, 이런 잔소리를 들어보셨을텐데요.
이 유서 깊은 미신은 우리나라 한정으로 정말 많은 영향력을 끼쳐 왔습니다.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도 빨간 글씨의 마킹을 보기 힘들 정도죠.
그렇다면 이 미신은 어디서 유래된 걸까요?
이 미신의 유래는 네가지나 있는데요.
첫번째 유래는 빨간 색 글씨 자체가 피를 뜻한다, 입니다.
이는 즉, 죽음과 연관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피한다는거죠.
참 이상하게도 이건 우리나라에 한정해서 많이 퍼진 얘기입니다.
서양권에서는 빨간 색이 정말 다양하게 많이 사용되거든요.
정열의 색이기도 하고, 혹은 사랑을 뜻하는 색으로 쓰이는 건 기본.
신화적인 측면이나, 인류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빨간 색은 음과 양에서 ‘양’을 뜻하고 군림하는 왕을 상징하며,
성스러운 색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는 빨간 색이 동굴에서 나온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색이기 때문인데요.
원초적으로 세겨진 기억 깊은 곳에서 오는 강렬함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거죠.
이런 이유로 인해 로마제국의 이미지를 업고 강렬함의 상징으로 주로 다뤄졌습니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가 그린 <권좌의 나폴레옹>에서도
옷감, 커튼, 융단 모두 로마가 쥐고 있던 패권 주의를 계승함을
암시하는 빨간 색이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그렇다보니 불길하다, 혹은 이 색이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라고는 쉽게 떠올릴 수 없죠.
많은 미신을 공유하는 이웃나라 일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빨간 색은 일반적인 것 보다 3배 빠르다, 라는 말이 유명할 정도로 거부감을 갖고 있지는 않죠.
또 다른 이웃나라인 중국의 경우, 중화권에서 빨간색은 행복과 성공을 의미하죠.
인기가 너무 좋다보니 넣을 수 있는 모든 곳을 빨간 색으로 물들입니다.
다만, 이걸 독차지하려는 욕심 많은 사람이 한명 있었죠.
'어느 날이었다. 시황제께서 빨간 색은 더 이상 아무도 쓰지 말라는 명을 내리셨다.
황제께서는 빨간 색은 길한 색이며
그것은 중화제국의 첫번째 황제인 자기 자신만이 사용해야 한다고 하신다.
만일, 이 명을 어길 시에는 모두 사형에 처하겠다고 말하셨다.
물론 이를 믿지 않고, 몰래 빨간 색을 쓴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들키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렇게 빨간 색을 쓴 사람들은 자비없이 사형에 처해졌다.'
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그 당시에는 그럴 법도 하죠?
진시황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빨간 색을 독점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이 이야기가 빨간색을 쓰면 죽는다는 설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와전된거죠.
이런 역사에서 유래된 이야기는 중국 말고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1453년, 수양대군이 한명회와 함께 단종으로 부터 왕위를 빼앗기 위해, 계유정난을 일으켰을 때.
수양대군은 궁중 행사 방명록에 반대파 사람들 이름을 빨간 색으로 적어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때 이름이 적힌 조정 관료들은 모두 숙청되어 버렸죠.
알아 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 였겠지만,
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와 빨간 글씨로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
라는 오해가 일파만파 퍼져온겁니다.
이렇게 빨간 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유래 세가지를 볼 수 있었는데요.
그리고 국내에서 이 미신이 자리 잡은 유력한 근거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민족의 가장 비극적인 역사에서 말이죠.
6.25 당시 전사자 통보에는 사망자의 이름이 빨간 글씨로 써져 보내졌다고 합니다.
그외에 사망자 체크를 할 때도 빨간색으로 줄을 그어 표시를 했다고 하죠.
이런 연유 때문에 빨간 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
라는 미신이 국내에서 뿌리박히기 시작한거죠.
애초부터 빨간 색이 한국에서 늘 불길함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사극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조선시대 때만해도 왕이 입는 곤룡포는 빨간 색이었는데요.
만일 이 색이 불길한 색이었다면,
이걸 입힌 사람들은 모두 목이 남아나지 않았겠죠.
게다가 붉은 팥죽이 귀신을 쫓는다든지,
부적을 쓸 때 경면주사로 빨간 글씨를 써서 액운을 쫓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빨간 색은 이웃나라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애정이 넘쳐났습니다.
비극적인 역사가 이런 미신을 낳아 버린거죠.
이제 이 미신에 대한 오해가 좀 풀리셨나요?
역사와 이유가 뚜렷했던 미신이니만큼,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 수많은 해석이 가능한 빨간색 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겠죠.
그러니 이제는 빨간 색으로 이름을 쓰는걸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 보다는
그 유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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