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라고 하면 어떤게 떠오르시나요?
한 때 히트했던 드라마 속 배에 칼이 꽂혀있던 존재?
아니면 출시예정인 최고 기대작 게임?
하지만 대게 붉은 피부에 머리 위에 솟은
뿔을 가진 요괴를 떠올리실 겁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부터 알고 있던 도깨비의 전형적인 모습은
다름 아닌 이 모습이었죠.
그런데, 사실 이건 도깨비가 아니라는 거 아셨나요?
일본에서 오니는 여러 민담과 설화에서 등장하는 악귀를 뜻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은데요.
이야기 마다 뿔도 한개 혹은 두개이며,
피부색도 외형도 조금씩 다르죠.
하지만 이 수많은 모습들 중에서도 슈텐도지는
일본 전설에서 가장 유명한 오니이자,
일본삼대악귀 중 하나로 알려진 존재입니다.
일본이라는 이름이 생기기도 전의 열도,
이부키산 산기슭에서 전설의 대악사 야마타노오로치는
스사노오노미코토와 싸움에서 패배하였는데요.
그 길로 목숨부지를 위해 도망친 뒤,
오오미 왕의 딸인 공주와 낳은 아이가 바로 슈텐도지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슈텐도지라는 증거가 꽤나 골 때리는데요.
슈텐도지라는 이름이 직역하면 술마시는 동자인데
아버지와 아들 모두 천하의 애주가라서,
아이는 슈텐도지라 불리게 되었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새 13살이 된 슈텐도지.
그런데 이게 왠일?
자라고 나니 절정의 미소년이 된겁니다.
많은 여자들은 그에게 구애를 펼쳤지만, 모두 거절했답니다.
그렇게 거절당한 여성들은 모두 상사병에 걸려 죽게 했다니,
악귀도 이런 악귀가 따로 없달까요?
심지어 그녀들에게 받은 편지를 한데 모아 태웠고,
그 원한이 연기를 타고 바람에 쓸려가 귀신이 되었다는
차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이야기도 있죠.
그렇게 남자 중의 남자가 된 슈텐도지에게 야망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아닌 교토정벌.
이를 위해 자신과 버금가는 유명세를 떨치는 대귀신 이바라키도지와 손을 잡고,
야망을 위해 나아갑니다.
그의 휘하인 사천왕과 함께 말이죠.
오에산을 거점으로 교토의 젊은 부인들을 납치하는 악행이 지속되고,
천왕은 세이와 겐지의 3대 당주 미나모토노 요리미츠,
와타나베 씨의 시조인 와타나베노 츠나,
요리미츠 사천왕 중 한명인 사카타 킨토키 등이 포함된 토벌대가 결성되는데요.
이 토벌대는 무작정 쳐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방심시키며 기회를 엿보기 위해 계획적으로 슈텐도지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서 요리미츠는 처녀의 피와 인육을 먹으며 신뢰를 삽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져 가고, 잔치가 절정에 다달을 무렵,
요리미츠는 신에게 받은 술인 신편귀독주를 슈텐도지에게 먹이는데…!
그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될 정도로 잠든 슈텐도지의 목을
요리미츠는 그대로 베어 버립니다.
그 순간, 오에산에 커다란 비명이 울려 퍼지며
슈텐도지의 잘린 목이 요리미츠에게 달려드는데…!
신편귀독주와 신의 투구 덕분에 요리미츠는 목숨을 건지고
오에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목이 잘렸음에도 슈텐도지의 머리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니,
그 목숨은 현대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나…?
오니의 어원에 대해 다이토분카대학의 강사,
오카베 다카시의 견해를 따르면,
오니란 안정된 현재의 세계를 침범하는 다른 세상의 존재라고 합니다.
때문에 이미지가 다양한 것은
사회나 그 시대에 따른 다른 세상의 이미지 때문이며,
그것은 순종하지 않는 반역자 이기도 하고, 법을 어기는 무법자를 뜻한다고 하죠.
그 중에서도 일본 헤이안 시대의 기록을 보면,
당시 악명을 떨친 산적이나 범죄자들을 오니로 묘사한 것이 많은데요.
증오나 질투심이 차올라 인간이 오니가 된 예는
일본의 전통극인 철륜과 모미지가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람으로서의 감정을 품을 수 없는 인간 역시 오니가 된다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일본의 원주민,
아이누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오니는
붉은 피부에 털이 많고 우락부락한 외모 그리고
호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아이누인과 똑 닮았거든요.
게다가 헤이안 시대에는 아이누인들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워낙 싸워댔으니,
그들을 악마 같은 놈이라 여길만도 하죠.
이렇게 외부의 공포와 침범을 반영한 존재이다 보니,
일본의 유명 설화인 모모타로에서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로서 퇴치의 대상이 되었고,
절분에는 오니를 쫓아 내기 위해 콩을 뿌리는 풍속도
일본 문화 내에 깊숙히 자리 잡았는데요.
한국 문화에서도 오니는 외부의 침범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일본의 조선 민족성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 고전과 민담이 한국의 것처럼 덮어 씌워졌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2012년 EBS 역사채널e에서 자세히 다뤘죠.
여기서 도깨비 박사라고 불리는 김종대 박사는
오니의 도깨비화가 민족 고유의 문화를
소멸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오니와 도깨비는 외견이나 성격면에서 확실한 차이점을 보이죠.
오히려 오니에 가까운 것은 다른 요괴인 두억시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도깨비라는 개념이 넘어가며 오니로 변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뿔이 달린 도깨비의 모습은 삼국시대 부터 존재해왔으며,
그 당시는 일본에 여러 문화적인 것들을
전파하며 영향력을 주던 시기였거든요.
게다가 한반도엔 호랑이가 득실득실해서
호담국이라고 불릴 정도 였던 것에 비해,
일본 열도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는데,
오니의 전형적인 모습에는 호피를 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확실히 모순되는 내용이기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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