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피부, 새의 부리, 거북이의 등껍질,
그리고 물갈퀴를 가진 요괴, 갓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특징보다는 대머리를 떠올리죠.
엄밀히 따지면 갓파라는 요괴는
머리가 빠진게 아니라 원래 민두인 족속들이기
때문에 탈모 요괴라는 말은 적절치 않습니다만….
뭐, 어쨌든, 이 원형탈모를 걸린 것 같이 정수리가 휑 한게 바로
이 요괴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많은 사람들이 모습을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죠.
갓파는 가장 대중적인 요괴 중 하나인 만큼
지역별로 정말 많은 전설들이 있습니다.
규슈의 야쓰시로시에서는 중국에 있던 갓파가
도래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 갓파들의 장난이 심하고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임진왜란에도 참전했던 가토 기요마사는 화가 나서,
규슈에 있는 원숭이들에게 명령하여 공격하게 했고,
이에 갓파는 항복해 스이텐구의
심부름을 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있죠.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있는 조잔케이에서도
또 하나의 전설이 남겨져 있는데요.
이곳에 흐르던 도요히라강은 1909년,
상류에 댐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큰 물줄기가 흐르고 물고기도 많이 살던 강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하나 터지는데요.
이 시기에 도로공사 인부로 일하던 세야마씨는 물고기를 잡다
강에 빠져 행방불명이 되고 만거죠.
그 직후부터 탐색작업이 이루어졌으나,
안타깝게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날 밤.
세야마씨 아버지의 꿈속에 그가 나타나서 아버지에게,
본인은 갓파 부인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 후, 이곳에서 물에 빠져 조난당하는 사고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홋카이도는 메이지 유신 즈음에
일본의 행정구역으로 편입된 만큼,
이 전설 역시 과거가 아니라 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규슈의 사가시에서도 또 하나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요.
옛날 옛적에, 강 공사를 명령 받은 병부대보(兵部大輔)는
공사 인부가 부족해서 인형에 주술을 걸어 일을 시켰습니다.
공사가 끝난 뒤 사용이유가 없어진 그들을
다시 인형으로 바꿔 강에 버리고 말았죠.
그런데 그 인형은 갓파로 모습을 바꾸어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하고,
강 주변에 사는 아이들을 강에 끌어들이고 생명을 앗아갔다고 합니다.
그리하야 당시 성주는 이 갓파의 횡포를 억제하기 위해서,
상류에 있는 신사에 기도했고,
희생자가 999명이 되었을 때 갓파를 붙잡게 되었죠.
그러자 갓파는
"앞으로는 아이들을 보호해 줄테니 부디 인형으로 되돌려주세요."
라고 부탁했고,
이후 조각상을 만들어 아이들을
수난으로부터 지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갓파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인기가 많은 요괴인 만큼,
이외에도 전설은 각 지역마다 수두룩하게 전해지고 있고,
또한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각지에는 갓파를 소재로 한 동상이나 건축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요.
아마쿠사섬에는 27구나 되는 갓파 동상이 있고,
구루메시의 다누시마루역은 갓파의 모양으로 역이 지어졌으며,
고치현의 우츠이가와에는 갓파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도쿄 관광으로 방문하시는 아사쿠사의 끄트머리에는
갓파바시라는 거리까지 있죠.
눈치채셨겠지만 당연하게도 이곳의 이름은 갓파에서 왔습니다.
놀랍게도 갓파의 기원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는데요.
이런 요괴는 굳이 가지고 싶진 않습니다만…
뭐 어쨌든, 옛 삼국시대의 가야에서 넘어간 사람을 현지 주민들이
‘카랏파’라고 불렀으며, 이게 이후 갓파로 변형되었다는거죠.
그리고 삼국지 위지 동이전과 후한서를 살펴보면,
한반도에 있던 진한의 풍습으로 ‘편두’가 있는데요.
아이가 태어나면 머리를 돌로 눌러서 평평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머리가 평평한 가야인들이 일본으로 도착하자,
거기있던 일본인들이 “오! 가야인! 머리 평평! 무섭! 가야 대단해”
하고, 이 특징을 과장한 것이라는거죠.
물론 한반도 기원설 외에도 다른 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처음 외국인 선교사를 본 사람들이,
자신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의 그들을 요괴처럼 생각한데서 유래한다는거죠.
참고로 당시의 천주교 성직자들은….
모습을 보시면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아실 수 있겠죠?
이런 유래는 텐구와도 흡사한걸 떠올려보면,
서양인들을 처음 본 일본인들의 충격은
생각보다 엄청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 머리에 동그란 부분을 흔히 접시라고 표현하는데요.
그 안에는 물이 담겨있고, 그 물이 없어지면 힘을 쓰지 못해서,
갓파를 고개 숙이게 하면 물리치는게 가능했다고 합니다.
한가지 더 유래가 될만한걸 꼽자면,
사람들이 일본왕도롱뇽을 갓파로 오인한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만 사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이 양서류는,
최대 150c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1900년 기준 일본 17살 여성의 평균 신장이 147cm 이었다는걸 감안하면,
성장을 마친 왕도롱뇽은 사람들에게 진짜 요괴처럼 보였을겁니다.
갓파는 꽤나 귀...엽게 묘사된 작품들이 많다보니,
그냥 오이나 좋아하는 온순한 요괴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본 속성은 지역 유래에 따라 다르지만,
딥 다크 판타지한 요괴들이 대부분인 일본의 특성상 꽤나 무시무시한데요.
강가에 놀러 온 아이들 무리에 섞여서 놀다가
물에서 노는 아이의 엉덩이 구슬을 빼간다고 합니다.
상상만해도 어마무시하죠?
이런 갓파에게 엉덩이 구슬을 빼앗기면 죽거나 바보가 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린아이들에겐 나름 좋은 핑계가 되었을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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