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들의 활동이 활발하던 2002년 그 때 그 시절.
1997년 데뷔해 핑클과 쌍두마차를 끌고가던 국민요정 SES는 그룹으로서의 마지막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월드컵이 코 앞으로 다가온 2002년 2월 14일.
정규 5집이자 마지막 앨범인, <Choose My Life>를 발매하죠.
그런데, 이 앨범에는 매년 수능 시즌 마다 재조명되는 한 노래가 있습니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괴담과 함께 말이죠.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it’s good enough for me byebyeybye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수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것을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 지겨울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이 가사를 보시면서 노래를 들어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노래와 영화는 감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황과 경험에 따라 감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사실 SES의 <달리기>도 이런 맥락에서 감상이 갈리는 노래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지친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로 들릴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친 사람이 체념한 뒤
삶을 끝마치려는 다짐으로 들릴 수 있거든요.
가사를 쭉 살펴 보면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이 두 문장이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문제는 이게 이상하게 입소문을 타면서 ‘달리기’는
‘매달리기’에서 매만 뺀 말이다, 라든지.
끝이 다가오면 쉬는 곳은 무덤이다,
등의 이야기가 덧붙여진 다음 퍼진거죠.
게다가 여기에 원작자인 윤상이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에서 한 인터뷰 때문에
괴담 열풍에 더 불이 붙습니다.
‘달리기란 곡이 사실 그렇게 밝은 곡이 아닌데, SES분들이 밝고 즐겁게 불러서 놀랐다.’
라고 언급했거든요.
이런 괴담 아닌 괴담에 SES는 사실 좀 억울할만 합니다.
<달리기>는 원곡이 따로 있거든요.
고 신해철과 윤상이 함께한 그룹 노땐스가 발표한게 오리지널버전인데요.
앨범 자켓도 그렇고 왠지 모를 멜랑꼴리함이 느껴지는 이 노래는
분명 SES의 <달리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이 버전을 들어도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말 자살과정을 그린 노래인가?'
라는 의문이 들긴 하는데요.
어쩌면 곡의 유명세에 불을 더 지피려 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 해프닝은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이어져 옵니다.
심지어 매년 수능시즌마다 이 곡에 대한 괴담이 재조명되기 시작할 정도였죠.
그렇게 2011년 10월 논란이 시작된지 9년만에 ,
<달리기>의 작사가 박창학씨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서 진상을 밝혔는데요.
‘죽음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생각할수는 없다고 봐요.
달리기라는 가사도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인생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데요….
언젠가는 인생이 끝이 난다.
라는 의미에서 죽음이라는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죽음이 자살을 의도한건 전혀 아니었습니다.
자살이 죽음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거든요.
이 노래가 수능 시험을 보는 학생들을 위해서
힘을 주는 노래가 된것도 사실 의외예요.
어떤 의미에서 그런 밝은 내용의 가사라고만 볼 수 없잖아요.
좀만 더 견디면 끝이 온다,
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된 것도 다른 의미에서 재미있는거지만,
자살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참… 깜짝 놀랐어요.’
자, 우리가 알았던 <달리기>의 해석은
사실 모두 다 원작자의 의도는 아니었던 겁니다.
수능생들에게는 한창 힘든 시기에
이 노래가 유독 와닿아 사정에 맞춰 해석된거고,
힘든 사람에게는 응원으로 들린 것 뿐인거죠.
만약 이 노래가 정말 자살 과정을 담은 곡이었다면,
SES가 리메이크 하지 않았을거고,
그 노래를 소녀시대와 윤하는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를 하지도 않았겠죠.
과거 공연 영상이 좀 기괴하기는 하지만…
이것 마저도 단편적인 모습만 유독 퍼진 건데요.
이 괴상망측한 복장과 분위기는 후에 등장하는
흰옷의 밝은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연출이었거든요.
물론, 이마저도 현실을 괴로워해서 하늘나라로 간 걸 묘사한거다,
라는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요.
역시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벗어나기 힘든가 봅니다.
이런게 또 예술의 묘미이기는 하지만요.
여러분들에게도 이렇게 의도와 다른 해석을 한 노래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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