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법화산에서 발원하여 성남시를 가로지르고,
서울의 송파구와 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
개인적으로는 평생 인근에 살고 있다보니
어릴적부터 자주 방문하는 곳인데요.
어느곳이나 그 이름의 유래는 있는 법인데,
과연, 탄천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어디서 시작된걸까요?
이야기는 먼 옛날, 저승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흐음, 이놈을 어떻게 잡지…?”
염라대왕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삼천갑자, 그러니까 대략 18만년이나 살아온
동방삭이 저승사자를 피해 요리조리 빠져나간 것 때문이었죠.
그런데, 그동안 동방삭을 못잡았던 이유가 있었으니…
살아도 너무 오래산 나머지,
이젠 둔갑술까지 구사하면서 외형으로는 전혀 알아볼 수도 없는 등,
도망에는 도가 튼 탓이었죠.
그래서 보통의 저승사자들은 매번 허탕만 치고 돌아오던 중,
염라대왕은 마침내 그의 스페셜 에이전트,
천만영화에도 출연한 인기스타,
저승사자들의 대장인 강림도령을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저 명부보고 주소나 찾아가고
심지어는 사람을 착각하기까지하는 일반 저승사자와는 다르게,
강림도령은 동방삭을 잡기 위해 한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내가 상대를 찾아내지 못하면 상대가 나를 찾아내게 하면 되는 법.
미친놈을 잡기 위해서는 미친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겁니다.
동방삭이 호기심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강림도령은
그가 있다는 용인땅에 도착해,
냇가에 앉아 숯을 빨래하듯 빨기 시작했죠.
자아, 이제 ‘심연안에 도대체 뭐가있지?’ 하고
들여다 보는 놈이 나타나기만 하면 됩니다.
강림도령은 하천이 온통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몇날 며칠 검은 숯을 열심히 빨래질 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질을 해댔지만,
그는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이를 극복해냈죠.
물론, 안좋은 쪽으로 무수히 많은
악수의 요청에 멘탈이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요.
그러던 어느날, 백발의 한 노인이 다가와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숯을 물에 빨고 있는거요?”
강림도령은 어느새 썩은 동태눈을 하고선,
그저 숯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씻는다고 답했습니다.
“허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만,
하다하다 숯을 물에 빠는 놈은 삼천갑자를 살아도 처음일세.
역시 미친놈은 끝이 없…!”
삼천갑자…?
강림도령은 그가 동방삭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습니다.
“잡았다, 요놈!”
그리하야 이 하천을 숯내, 즉, 탄천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유래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다른 전설도 있습니다.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위례성으로 도읍을 정한 이후,
군사들이 훈련장으로 쓰던 곳에서 밥을 짓느라 숯을 많이 만들었고,
이 때문에 물 색깔이 숯 색깔이 되어 탄천이 되었다는 거죠.
실제로 조선시대의 광주군 세촌면,
현 성남 구시가지 일대에 숯 공장이 많이 있었고,
때문에 지금의 탄천을 ‘검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하네요.
이 전설에 등장하는 동방삭은 한 무제 때의 실존인물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얽힌 중국에서 전승되는 전설에 따르면,
한 무제에게 바쳐진 서왕모의 선도를
한 개도 안남기고 전부 먹어치우면서,
인간의 탈을 벗고 불로불사가 되었다고 하죠.
그래서 그에게 이명이 붙게 되는데,
그게 바로 삼천갑자!
혹은 저승사자에게 접대를 해서 명부에 적힌 수명을
삼십에서 삼천으로 고쳤다는 전설도 있죠.
재미있는건 탄천의 유래와 무관하게
그가 등장하는 비슷한 설화들이 한반도에서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도대체 왜 사마천의 절친이자 정치가이면서
동시에 수재였던 동방삭은
이 머나먼 한반도까지 와서 이런 수모를 겪게 된 걸까요?
어쩌면 그는 먼 옛날의 국뽕 소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그가 도가적인 인물이었다는게 가장 큰 이유긴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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