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날개를 달고 적을 물리치는 초인!
네? 팔콘 아니냐구요?
디즈니 플러스 이제서야 개통했냐구요?
아닙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엑스맨 창립 멤버 엔젤?
아쉽게도 아닙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여러분이
7차 교육과정 이후에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설화,
‘아기장수 우투리’입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은 아니고 대략 여말선초 시기,
가난하게 사는 한 집안에 지리산 산신이
점지한 아기가 억새로 탯줄을 자르고 태어났습니다.
이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어
천장으로 날아오르는 등,
유사날개나 뒤에 붙이고 다니는
팔콘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초인이었죠.
그래서 이 아기는 ‘우투리’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우투리가 왜 우투리냐 물으신다면,
이는 ‘윗몸’이라는 뜻으로, 윗사람 혹은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추측된다고 하네요.
뭐, 어쨌든, 그는 콩·팥 등의 곡식을 가지고 바위 속에 들어가,
새 나라를 세우고자 수련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투리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이런 초인이다보니 뮤턴트 사냥꾼,
아니, 왕이나 귀족들이 죽이러 찾아올까봐 걱정을 하게 되었죠.
때마침, 이성계는 왕이 되기 위해
산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러 팔도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성계가 지낸 제사가 부정하여 산신들이
받지 않았다는 나무들의 대화를 들은
한 소금장수는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렸죠.
그래서 이성계는 제사를 다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산신들은 이성계가 왕이 되는 것에 찬성했는데,
오직 지리산 산신 만큼은 우투리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왠 듣도 보도 못한 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는
당한 얘기를 듣게된 이성계는 이를 해결할 방법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의 어머니와 혼인을 하는거죠.
이야, 역시 요동도 정벌한 패기있는 남자다운 선택이죠?
남편이 된 이성계는 우투리의 어머니에게 아들의 종적을 캐물었습니다.
위화도 회군까지 한 그의 검은 속내는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우투리 어머니는 아들이 있는 곳을 알려줬죠.
그리하야 이성계는 이제 막 적폐청산의 기치를 세우고 의
병을 일으키려던 그와 병사들을 모두 죽이고,
마침내 임금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혼자 반대표를 내밀었던 지리산 산신은 귀향을 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역시 사회생활에는 눈치가 필요한 법인데… 쯧쯧….
자,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게 됩니다.
아무래도 구전설화다보니 다양한 버전이 전래되고 있는데요.
우투리의 등장까지는 똑같은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아킬레우스처럼 약점이 하나 있다거나,
콩과 팥으로 군사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고,
죽은 후 3년이 지나서 부활하려고 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협박에 굴복하는 바람에
하루 모자라서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 버전에서는
“이럴 줄 알았다! 애미가 원수라!”
하고 유언을 남기기도 하죠.
뭐, 심정은 이해가는데... 좀... 그렇죠?
네. 다른 흐름은 유사한데 이성계와 관련된 내용이 생략되어
둥구리 설화라는 별도의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이런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대부분이
결국 우투리가 죽는다는 배드엔딩으로 끝이 난다는 건데요.
이 점은 비슷한 부류의 이야기지만 해피엔딩이었던
홍길동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 설화에 대한 재미있는 주장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이 아기장수 우투리가 왜구의 장군이었던
아지발도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죠.
이는 인터넷에서 알음알음 주장되는 내용이었지만,
2016년에 이를 다룬 논문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논문 내용을 살펴보면, ‘아기장수’와 ‘아지발도’는
그 의미가 같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는데요.
애초에 ‘아지발도’라는 이름은 일본어 이름이 아니라,
고려군에서 붙여준 별명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지’는 ‘아기’를 뜻하고,
발도’는 몽골어로 ‘용맹한 자’를 뜻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아기장수 이꼬르 아지발도이다 이겁니다.
“응애! 나 아기발도!” 라는거죠.
설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와 왜구의 준동 시기 역시 일치하구요.
애초에 우투리 설화의 핵심이 “참을만큼 참았다! 이성계 아웃!” 인 만큼,
비록 약탈을 일삼는 악인이면서 바다를 건너온 이방인이라도
이성계의 대적자가 되어 주길 바라는 염원에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겁니다.
길잡이와 요술쟁이가 없는 대신 콩과 팥을 안겨주고요.
물론 이 이야기는 정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발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도대체 찬탈자 이성계가 얼마나 싫었으면 이랬겠어요?
'설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거진천 사거용인 전설 - 빙의물 이야기가 조선시대부터 이미 있었다? [35] (0) | 2022.04.03 |
---|---|
까치 설날 사금갑설화 - 까치 까치 설날은 왜 우리 우리 설날보다 먼저일까? [31] (0) | 2022.04.01 |
영혼 결혼식 - 죽은 아들에게서 손자를 보는 방법[26] (0) | 2022.03.29 |
두억시니 - 사람의 머리를 터트리는 어둠 속의 존재 [25] (0) | 2022.03.29 |
망태기 할아버지 - 말 안듣는 아이들을 납치하는 공포의 존재 [21] (0) | 2022.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