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인들은 새해가 다가올때마다 두려움에 벌벌 떨었습니다.
설날 그믐이 되면 매년 빠지지 않고 한 괴물이 산에서 내려와서,
가축들과 사람들을 잡아먹었기 때문이죠.
그 이름은 연수, 한어 병음 발음으로는
니엔이라고 부르는 존재입니다.
개의 몸을 가졌으며 두드러진 앞니,
얼굴은 납작한 사자와 닮은 외형.
간혹 두개의 긴 뿔과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코끼리보다 큰 체격으로 묘사되기도 한 요괴, 니엔.
때문에 남중국의 사자춤이 이 것을 물리치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있었죠.
니엔은 1년 내내 잠만 자는 게으른 짐승이었지만,
매년 꼬박꼬박 새해 첫날이 되면
사람과 짐승으로 모자라 곡식까지 수탈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더 선호하는 입맛까지 가졌죠.
때문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를 퇴치하려고 했는데요.
붉은 천을 대문에 걸고, 등불을 켜고,
꽹과리와 폭죽을 울리면서,
마당에는 장작에 불을 붙이기까지 하면서 겁을 주려고 했죠.
사학자이자 상하이 도서관의 참고 사서인 축순상 씨는 2018년 초,
니엔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는 여기에 호기심이 발동해 문서를 찾아봤지만 1939년,
그리고 1947년의 글 외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죠.
1970년대 초반에는 일부 대만 학자들이
니엔의 유래에 대해 분석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니엔이라는 존재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죠.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몇달간 열심히 찾은 끝에 마침내,
1933년 1월 17일, 중국의 초기 소설가이자 신문기자인
한 기자의 기사에서 니엔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기자는 이 글을 기고하며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때문에 니엔은 현대에 와서 창조된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중국의 설날인 춘절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건 뭘까요?
바로 폭죽입니다. 폭죽을 얼마나 터뜨리는지,
도시 내의 스모그 현상이 심각해질 정도였는데요.
그래서인지 공기오염으로 유명한 베이징에서는 2018년,
도심에서의 폭죽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기까지 했죠.
그런데 이 니엔이라는 짐승,
혹은 요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풍습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과거의 문헌들을 통해 중국인들의 춘절 풍습이
어땠는지는 어느정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이런 풍습이 발생한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니엔이라는 짐승이 탄생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연초에 대청소를 하는 풍습은
이미 주나라 때의 문헌부터 기록되어 있는데요.
특히, 여씨춘추에서는 설날 그믐,
북을 쳐서 전염병을 몰아낸다는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니까… 요괴에 대한 전승보다 원래 있던 풍습이 먼저인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전된 설화에 가까운 만큼 지역별로 차이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베이징과 인접한 도시 톈진에서 니엔은 바다 괴물이 되었습니다.
민속학자 루쯔광의 세시만담에 따르면,
일년 내내 심해에 서식하는 니엔은 설날
그믐이 되서야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는데,
이것이 무서운 점은 발이 닿는 곳에 즉시 홍수를 내기 때문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해안가 주민들은 매년 설날이 되면 피난을 위해 산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니엔의 속성이 땅 속성에서 물 속성으로 변한 이유는,
바다를 접한 텐진의 지리적 위치와 큰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더 재미있는건,
이 톈진이라는 도시는 당나라 때만해도 바다였던 곳입니다.
발해만 일대의 퇴적 작용으로 서기 900년에서 1300년에 걸쳐 육지가 된거죠.
때문에 이미 육지가 되긴 했지만,
다시 바닷물에 잠길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이런식으로 표현된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해봅니다.
지난 산타클로스 영상에서도 소개해드렸듯,
구전 설화의 매력이 바로 이것입니다.
같은 존재에서 파생된 존재들이 여러 장소로 전파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게 되니 말이죠.
니엔이 창조된 것이든,
아니면 구전이 잊혀진 것이든,
현재에 와서 전해지고 있는 과정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요괴나 전설, 그리고 도시전설 같은 문화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걸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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