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 북마리아나 제도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미국 자치령 괌.
인구도 16만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태평양의 섬이지만,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 이곳을 알고 계실겁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이기 때문이죠.
놀랍게도 해외 관광객 중 한국인의 비중이 가장 큰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리조트를 비롯한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에는 애절한 사랑이 담긴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요.
괌이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시절,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지역 사회에서 높은 존경을 받는 한 가족이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부유한 스페인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섬 원주민인 차모로 추장의 딸이었는데요.
그들의 첫째 딸은 모두가 동경하는 엄청난 미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영향력 있는 스페인 장교와 결혼을 시키기로 했죠.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3조’에 의해
국제인권법에 따라 금지된 강제결혼을
당하게 생긴 그녀는 몹시나 절망했습니다.
아쉽게도 이 시절엔 국제규약따윈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해변을
발견할 때까지 도망을 치고 맙니다.
운명이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법.
도망쳐 달려간 해안에서 그녀는 기골이 장대하고
온화한 차모로족의 청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째딸의 이상형이 그렇게 인기많다는 곰같은 남자였던건지,
둘이 사랑에 빠지는건 말 그대로 시간문제였고,
둘은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등빨 좋은 새 남친에 대해 알게 됬고,
화를 내며 스페인 장교와 결혼할 것을 거듭 명령했습니다.
호랑이굴에서 다시 도망친 그녀는 다시 차모로족 연인을 만나게 되었죠.
딸이 도망친걸 알게된 그녀의 아버지는 스페인 장교
그리고 스페인 군대와 함께 투몬 베이의 높이
치솟은 절벽까지 연인들을 추적했습니다.
섬에서 도망쳐봐야 결국 섬에선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도망치던 두 사람은 낭떠러지를 등지고 군대와 마주쳐야 했습니다.
청년이 그들에게 물러서라고 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군인들을 멈추게 했죠.
당장 주리를 틀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으니
이 분은 정녕 보살이 따로 없달까요?
그 앞에서 딸과 청년은 서로의 길고
검은 머리를 하나의 매듭으로 묶고
서로의 눈을 깊이 바라보며 마지막 키스를 했습니다.
그 후 그들은 가파른 절벽으로 뛰어들어,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렸죠.
아버지에게 잊혀지지 않을 PTSD를 선사한 채,
그들은 영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때부터 이 높은 절벽은 사랑의 절벽, ‘Puntan Dos Amantes’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사랑의 절벽은 그 후 관광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전설을 배경으로한 연인 동상이 세워져 있었죠.
하지만 2002년 12월, 모쏠 태풍 봉선화가 몰아치면서
동상을 쓰러뜨리고 말았는데요.
이 동상은 손상이 너무 심한 나머지 결국 폐기되어 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 2013년 봄, 괌의 한 사업가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사랑의 절벽에서 낸시라는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랑의 절벽에 관한 전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상이 이미 고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대해 말했죠.
사업가는
“동상이 아직도 고철이 되지 않고 존재한다면,
우리 둘의 사랑의 증표로 수리해서 절벽에 되돌려놓을게”
하고 2000년대 한국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로 맹세했는데요.
역시 사업하는 사람은 스케일이 달라도 뭐가 다르죠?
그 후 이 둘은 결혼에 골인했고,
낸시는 어디론가 사라진 동상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이 지나고 어느 날, 그녀는 차고에서
10년 이상 부숴진 채 방치된 동상을 손에 넣을 수 있었죠.
그리고 5개월의 보수기간을 거친 뒤,
이 둘의 결혼 2주년을 맞이해서 다시 사랑에 절벽에 동상을 되돌려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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